스물다섯째날(2003.07.20.일) [구룡령에서 내려다본 산등성이] 인간이 자꾸 자연에 도전하고 파괴하는 짓을 일삼는 것은 자연이 주는 두려움, 경외감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못난 인간들은 자신보다 뛰어난 존재,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존재를 파괴하고 정복하려는 욕망에 시달린다.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묵묵하고 성실하게 찾아하며 그 우월한 존재와 공생하고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모른다. 아니, 찾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 백두대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었던 구룡령, 사람이 낸 길을 따라 벌겋게 상처처럼 드러난 흙들과 곳곳에 무너져내린 귀퉁이들을 보며 했었던 생각이다. 산에 그렇게 험한 상처를 내지 않고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할 수 잇는 방법은 없었을..
스물네째날(2003.07.19.토) 2박3일간 성수가 다녀가고, 성수가 왔을 때 시작한 오대산 행은 오늘 저녁에서야 끝이 났다. 길고, 두렵고, 힘들었던, 그러나 나중에 생각날 것도 많았던 산행이었다. 첫날, 1시경 성수와 오대한 입구에서 조우. 여기까지 찾아와준 성수에게 고마워하다. 성수가 진부에서 사온 김밥으로 점심. 월정사 근처 계곡에 앉아.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가는 약 8km 정도의 길은 매우 완만하고, 주변에 전나무, 잣나무 숲이 우거지고, 계곡까지 흐르고 있어 걷기 너무 좋은 아름다운 길이었다. 근데, 여기저기 공사판이고, 차가 상원사까지 드나들도록 되어 있어 번잡스러웠음. 관리공단, 정책을 수정했으면...... 핸드폰이나 잘 터지게 해주지 말이야. 차가 다녀서 그런지 걷는 사람이 성수와 나 ..
열아홉째날(2003.07.15.화) 장평이라는 곳에 왔다. 영동고속도로와 31번 국도가 만나는 곳이다. 원래 오늘은 대화까지만 걸을 예정이었는데, 얼마되지 않는 거리라 내친 김에 장평까지 왔다. 한 27-8km 정도 걸은 것 같다. 걷는 속도와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많이 늘어났다. 하다보니, 된다. 덕분에 하루정도 일정을 앞당기거나, 비오는 날 쉴 수 있는 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버스정류장서 다리쉼을 하다가 할머니(아주머니로 보였으나 막내가 37살이고 손주가 고3이란다. 이쯤되면 할머니일 수밖에... -.-;;)와 말씀을 좀 나눴다. 가슴이 약간 답답해지는...... 그 분 왈, 옛날에는 사람이 환갑을 넘기기가 어려웠는데 요새는 먹기도 잘 먹고 의료시설도 발달이 되서 80 넘기기가 너무 쉬워졌단다...
열여덟째날(2003.07.14.월) [드뎌 강원도!] 2박3일간의 615산악회 여름산행을 마치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여기는 평창이다. 어제 주천면까지 와서 반나절은 그냥 쉬고 오늘 아침부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지독히도 가파랐던 월악산 영봉까지의 길 때문인지 아직도 다리에 알배긴게 안풀려서 오랜만에 족욕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맨소래담도 듬뿍 발랐다. 한 이틀은 배낭매고 걷는 것을 안해서 그랬는지 오늘은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좀 아팠다. 26km면 그리 긴 코스는 아니었는대도 말이다. [주천면의 주천] 망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 샘물은 '신동국여지승람'에 주천이라는 지명으로 전해져 오는 곳이다. 옛날에는 이 샘에서 술이 나왔는데 양반이 오면 약주가 나오고 천민이 오면 탁주가 나왔다고 하여 고구려시..
잠시 외도(2003.07.11.금~13.일) 615산악회는 제가 대학 때 몸담았던 방송반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등산모임입니다. 계절에 한 번씩 등산을 하는데, 마침 여름산행이 제 여행기간 안에 잡혀서 잠시 다녀왔습니다. 수안보에서 2박3일간 머물렀고, 이튿날 수안보에서 가까운 월악산으로 등반을 했습니다. 바로 며칠 전 월악산 아래를 지나갈 때, 그냥... 산이구나... 했었는데, 영봉에 올라가보니, 좋더군요. 산은 올라야 맛입니다. 이틀 밤 모두 술에 취해 잠드느라 일기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냥 사진 몇 장 올려놓고 지나가겠습니다. [맨 먼저 도착한 4명의 선발대] [월악산 초입에서] [이름모를 열매-이쁘죠? ^^;;] [월악산 영봉에서 내려다본 다른 봉우리] [영봉에서] [내려와서 술판 벌이..
열일곱번째날(2003.07.10.목) - 강원도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밤이다. 82번 국도를 따라 제천까지 왔다. 물태리부터 구룡까지는 충주호와 숨바꼭질 하며 가는 시원한 길이었다. 코를 열고 숨을 쉬면 꽃집 화분에서나 맡을 수 있는 허브냄새, 들꽃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상쾌한 길이었다. [청풍면 물태리 근처에서 내려다 본 충주호] 날이 흐려서 그 푸른 색이 잘 안나왔으나, 흐린대로 장관이었음. - 일정을 자꾸 빡빡하게 짜버릇했더니, 길가며 여유있게 이것저것 둘러보며 선선히 도보하지 못하고, 쫓기는 사람마냥 걸어다니게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다'라는 도착지점에만 연연해서 주위에 어떤 사람이 스쳐가고 있는지, 이 마을은 어떤 사연을 가진 마을인지 모른채 그냥 시계랑 지도, 그 숫자와 방향만 쳐다보면서 가..
열다섯번째날(2003.07.08.화) (월악산 지날 때의 일기는 개인적인 얘기가 너무 많아 생략...) - 충북 청풍면 물태리에 왔다. 한비야씨가 좋다던 597번 지방도는 82번 국도로 바뀐 모양이다. 82번 국도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 고개가 무쟈게 많은 도로였다. 고개가 많은만큼 경치도 참 좋았지만 오른쪽 다리가 삐걱거려서 힘들게 넘어왔다. 내일 비 많이 온다는데 하루 쉬라는 하늘의 뜻인가보다. 따져보니 오늘이 딱 보름째인데 하루도 안 쉬고 강행군을 했다. 삐걱거릴 때도 됐다. 정말 큰 일 생기기 전에 내일은 꼭 쉬어야겠다. 암튼 꼭 보름을 쉼없이 걸어온 재민아, 고생많았다. 자랑스러워. ^^;; [충주호로 흘러들어가는 물길] - 월악산 나루터 근처에서 민박하고 36번 국도를 따라 걷고 있는데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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