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대사들, 그닥 공감되지 않는 상황설정, 뻔한 전개를 따라가면서도 무언가 다른 게 있는 척 하려고 무진 애쓰던 분위기... '두번째 사랑'은, 그런 영화였다. 지지난 주에 '황진이'를 보고, '대체 감독과 투자자들은 저런 대본을 선택해서 뭘 어쩌자는 거였을까? 아니, 보면 몰라? 재미없는 줄.' 툴툴대며 극장을 나왔었다. 그러나, 이후, 나 역시도 어처구니 없는 대본을 하나 쓰고, 어제는 '두번째 사랑'을 보고 극장을 나서는데 문득, 아, 하는 깨달음이 번뜩. 쓰는 사람이건, 만드는 사람이건, 연기하는 사람이건, 거기에 내가 개입되기 시작하면, 내 욕심과 주관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명료한 판단을 내리기가 참으로 어려워진다는 것. 내가 살리고 싶은 작은 부분에 대한 집착과 선입견이 전체 숲을 보는 데..
영화는 기독교 풍자 코미디에 가까웠다. 아, 우스웠다는 얘긴 절대 아니고, 진지한 의미에서 Seriously, 그랬다는 얘기다. 오랫만에 본 괜찮은 영화였다. 정말이다. 허나, '이런 사랑도 있습니다'던 영화 홍보 문구나, '상처받은 여인과 그 옆을 묵묵히 지키는 한 남자의 얘기'라는 스포성 정보들과는 정말, 너무나 거리가 먼 영화였다는 뜻이다. 차라리 '비밀이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그나마 가까운듯. 시종일관 영화는 내면 깊숙한 곳의 분노에 어쩔 줄 몰라하는 한 여인과, 기독교 커뮤니티의 어이없는 상처 치유기를 위태위태하게 엮어간다. 감당할 수 없을만큼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 상처와 상처를 준 대상에 대한 분노를 직면하지 못한다. 일종의 방어 기제일 것이다. 아이의 유괴범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
그- 호기심, 연민, 육욕 등을 제외하고 '사랑'만이 점유하고 있는 고유한 영역이 있다면, 그건 어떤 것일까. 그녀- '그'를 통하지 않고서 그녀 스스로가 볼 수 있었던 세상은 정녕, 외로움도,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던, 그저 암흑 뿐이었을까. '사랑'이라는 프리즘을 거치지 않은 맨얼굴의 세상이란 건 대체 어떤 색깔이길래. 나- 잘생기고, 예쁜 주인공이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보잘 것없는 이 영화에 이렇게 많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들이 비록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호랑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가장 무서운 것을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그녀는, 대체, 무슨 배짱이란 말인가.
때리고 부수고 날아다니고 초인간적인 힘들이 난무한 그런 영화가 보고싶어X-men3를 봤다. 때리고 부수고 날아다니고 초인간적인 힘들이 난무한 그런 영화이긴 했으나,오로지 그것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더라. 소수자로서의 번민, 공존 가능성에의 탐색, 미묘한 갈등구조, 근원적 선악구분에 대한 회의,살아움직였던 캐릭터들...X-men 첫편이 보여주었던 이런 미덕들은 모두 다 어디에 팔아먹었는지영화는 시종일관 때리고 부수느라 정신이 없다. 게다가 '최후의 전쟁'이라 해놓고서는,영화마지막엔 또 어이없는 클리프행어를 걸어놓았다. 내년엔 또 얼마나 부수시려고?내년엔 극장가서 안보고 몰래 다운받아서 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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