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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것들/드라마

News Room

걷자웃자 2012. 11. 4. 11:42

감동적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뇌의 어떤 부분이 지나치게 자극, 내지는 활성화 되는 것 같다.
그게 뇌가 아니라 심장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뉴스룸을 보면서도 그랬다.
전에 없던 통찰이 갑자기 샘솟아 오르는 듯도 했으며,
있는 줄도 몰랐던 감정의 침전물들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를 치는 듯도 했다.
진짜 그랬다는 게 아니라, 그런 듯도 했다는 거다.

 

왜 그간, 인생의 최절정기라는 30대 중반을 드라마를 쓰겠다고 다니며 보냈는지, 얼핏 알 것도 같았다.
실재하는 건지, 그저 뇌 과활성화의 산물인지 모를 그것,
그저 잠깐씩 사람을 부웅-하고 공중부양 시켰다가는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자괴감에 빠져 지내게 만들고 마는 그것을 잡아 보겠다는 몸부림,
그런 것 아니었을까.

 

후회하지 않냐고들 한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들 한다.

 

 

난 서울대를 나왔다.
대입수능에선 꽤 좋은 성적을 받아 심지어 입학 때에는 전액장학금의 혜택을 누리기도 했으며,
아직도 그 머리는 죽지 않았는지, 꽤 단시간 안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난, 적어도 공부는 꽤 잘하는 사람이다.
이 하나로 덜렁 끝내긴 아쉬우니-
어려서부터 주위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아서인지,
주위 사람들 감정이 어떤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등등은 꽤 잘 알아차리는 것 같다.

 

에... 또... 음... 아, 공간지각력은 젬병이다.
디테일에 강한 것 같긴 하지만,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은 뛰어나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꾼은 아니다.
대학 6년(!)을 모두 학생운동에 헌신했지만 진짜 운동가는 아니었던 것 처럼,
드라마를 좋아하고 질투하긴 했으나, 이야기꾼은 아니었던 것 같단 말이다.

 

나라고 못할 게 뭐야? 내지는.. 난 왜 안되는 거지?류의 자학이 아니라,
난 그냥 그런 사람이야,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때로는 도피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겸손한 현실인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
이게 공무원 생활 3개월,
휴일 당직근무를 서며, 좋아하고 질투하던 애론소킨의 드라마를 보다 문득 느낀 소회라고나 할까.

 

.......

 

어쨌거나, 뉴스룸,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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