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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비슷한 제목의 영화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나, 그 와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인 것 같았음.

- 'The Rules of Attraction이라는 제목을 왜 '뒤로 가는 남과 여'라고 번역했을까, 궁금했었는데, 영화의 도입부에 파티(The End of the World Party!) 장면에서 각 등장인물들이 '동시에' 겪는 에피소드들을 '시간 순으로' 보여주기 위해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기법을 사용. 무척 정신없었으나, 꽤 신선했음.
겨울에 열린 그 파티 이후, 다시 여름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는 장면에서도 필름을 거꾸로 돌려 눈이 하늘로 올라가고, 낙엽이 다시 나무에 붙어 녹색이 되고... 하는 장면들이 꽤 인상적이었음. CG 였을까? 그냥 찍은 걸 진짜로 거꾸로 돌렸다면 인내심 좀 필요했겠던걸. --;;

- 그 여름에서 겨울로 오는 동안, 로렌은 유럽에 놀러 간 남친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혹독한 시간을 보낸다. 대학생인 로렌은 아직 Virgin이다. 남친을 위해 처녀성을 간직하기로 한 로렌은 자신의 욕구를 제어(!)하기 위해 성병 환자들의 각종 끔찍한 사진이 실려 있는 책을 탐독하고, 나름 '느낌이 통한다'고 생각했던 숀이 자신의 룸메이트와 자기 방에서 정사를 벌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각종 파티에 참여를 고사하는 등.
그러나, 정작 유럽에서 온갖 여자들과 '각종' 성관계의 향연을 즐기고 돌아온 남친은 로렌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정말이다. 기억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르 게 적힌다'.
결국 로렌은 그렇게 간직해왔던 자신의 처녀성을 동네 양아치들에게 어이없이 뺏긴다. 별다른 고통도, 별다른 쾌감도 없이 말이다.

- 역시 대학생이지만, 마약 중개상 노릇을 하는 숀은 마약 판매자들에게 빚진 돈을 갚기 위해 돈이 좀 있다 싶은 아이들에게 접근해 마약을 파느라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숀에게 호감을 느낀 동성애자와도 저녁 약속을 잡고, 계속 숀을 따라다니는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수수방관한다. 그의 감정이 어떻게 자라나든 알 바 없다는 식이다. 잠재적인 마약 구매자만 될 수 있다면 말이다.
호감을 느낀 로렌이 파티에 나오지 않아 관계진전이 어렵자, 숀은 대신 로렌의 룸메이트와, 로렌의 방에서, 로렌을 상상하며 섹스를 벌인다. 섹스 도중 갑자기 로렌이 방으로 들이닥치자, 숀은 로렌에게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여자와 잔거야"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한다. 그러나, 그 말은 정말 말이 됐다.
로렌에게 형편없이 차인 숀은 자살소동까지 벌여보지만, 그로 인해 로렌은 더욱 숀을 밀어낸다. 실의에 빠진 숀에게 찾아온 동성애자, 늘 그를 강건너 불구경 하던 숀은 그제서야 그에게 자신의 진심을 말한다. '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식의 독한 멘트를 날린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은 '진심으로 잘해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상처를 주는' 식일 수도 있다. '잘해주는' 것과 '상처를 주는' 것은 이렇게 극단에 놓여 있으면서도, 또, 통할 때가 있더라는.

- 온통 마약과 술에 쩔은 대학생들의 혼란스러운 향연을 두 시간 가까이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었다. 어찌보면 세상의 종말을 한탄하는 할아버지들의 듣기싫은 넋두리를 듣는 것도 같고, 또 어찌보면 그저 담담히 절망과 희망을 뒤섞어 읊조리는 관조자를 보는 것도 같았다.

- 숀에게 정기적으로 배달된 보라색 편지의 발신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숀은 그게 로렌이라고 생각해 로렌에 대한 애정을 키워 왔지만, 로렌은 자신이 아니었다 말한다. 그리고, "그게 누구이든 우리 같은 사람에겐 아무 의미도 없어"라며 영화는 끝난다. 순정은 그렇게 짓밟히지만, 그 순정을 그렇게 냉소하는 그들에게도 순정은 존재한다. 먼 고향에 대한 향수병의 형태로든, 전인미답의 이상향에 대한 동경의 형태로든 말이다. 그러나, 길은, 멀다.

- 영화적 극단이겠지만, 미국 아이들은 정말, 그렇게, 마약을 많이 할까? --;;

- 아래는 인터넷에서 찾은 포스터.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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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ger Avary 감독, James Van der Beek, Shanyn Sossamon 주연. 2007. 10. 27. 씨네큐브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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