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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 책임이었나? --;;

걷자웃자 2009. 5. 9. 00:04
내 오래된 차의 안테나는 잘 접히지 않는다.
라디오를 꺼도 삐그더억-소리를 내며 들어가다 중간 쯤 멈춰서, 늘 한 50센티 정도는 나온 채 있다. 
근데 그게, 오늘 기어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 무서운 기계식 세차터널의 한 가운데서 말이다.
(기계식 세차는 정말 무섭다!)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세차게 돌아가던 기계가 멈추어 버리는 순간,
그리고, 그 원인이 삐죽 튀어나와 있던 내 안테나임을 알아챈 순간,
머리 속으로 스쳐간 생각들.

'나 때문인거야? 내가 잘못한거야? 기계 고장났다고 변상하라면 어쩌지?'
'아니지. 아까 아저씨가 분명히 안테나를 툭툭 쳐서 어느 정도 넣어주신 다음 날 들여보낸 거잖아.
그건 들어가도 괜찮다는 뜻이었잖아. 맨날 그렇게 했어도 문제없었잖아!'

부러진 안테나를 제거하자 다행히 세차기계는 다시 돌아가고-

'내 부러진 안테나는 어쩌지? 그냥 쿨하게 괜찮다고 하며 나갈까?
아니지, 저거 또 고치자면 돈 십은 기냥 깨질텐데... 반띵하자고 할까?
아냐, 첨부터 반이니 뭐니 하면 한 푼도 못 건지는 수가 있어. 강하게 나가야 해!'

결의를 다지며 차문을 열고 나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순간,
내가 상대를 너무 과대평가했었음을 알게 됐다.
의외로 순박한 이 아저씨, 원래 안테나가 고장나 있었다는 점을 어필했으나,
그걸 알고서도 들여보내 이 사단이 나게 한 건 아저씨 아니냐,는 나의 항변에
그만, 너무나도 쉽게, 전액보상을 약속하는 게 아닌가.

그제서야 드는 생각.
'혹시 이 아저씨 알바비에서 까는 거면 어쩌지?'

물론 난, 이제 와 반띵을 하자며 물러서는 것도 웃기다는 기치 하에,
(사실은 왜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리냐는 약은 생각 때문에)
의기양양하게 차를 수리하고 돌아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찝찝하다.

쩝.

하지만, 내 책임은 아니었다구!
싸울 때 이거저거 따지고 사정 봐주다 보면 결국 나만 바보되는 거라구!
라며,
이 연사, 힘주어 외쳐보지만,

............

부디, 그 주유소 사장이 악덕업주가 아니기를,
혹여 악덕업주라 하더라도,
그 아저씨가 작은 꾀를 내서, 아니면 당당히 맞서서,
안테나 수리비용을 주유소 측에 넘겼기를-

소심하게 빌어볼 뿐이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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