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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쾌락과 번식은 적어도 인간의 경우에 성행위의 여러 동기들 가운데 두 가지일 뿐이다. <성행동 기록Archives of Sexual Behavior> 최근호에는 이제까지 수행된 조사 중 가장 포괄적인 조사 결과가 보고되었는데, 그것은 모두 자그마치 237가지의 동기를 열거하고 있다. 쾌락 추구와 출산도 당연히 목록에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밖에도 "좋은 운동이 될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싶어서", "심심해서", "상대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 "하느님에게 더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등도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 성인의 96퍼센트는 섹스를 하는 이유를 적어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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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자식이 있으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식이 없는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덜 행복하다. 때때로 찾아오는 절정의 순간들은 눈부실지 모르지만 ("아빠, 사랑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아이들 뒤치다꺼리는 극저 평범한 일일 뿐이다. 무작위로 선택된 순간에 사람들에게 지금 얼마나 행복하냐는 물음을 던져 순위를 매긴 '객관적' 연구들에서 (적응적 이익이 뚜렷한 과제인) 아이 기르기는 집안일과 텔레비전 시청 사이 어딘가에, 그리고 섹스와 영화 관람보다 훨씬 아래에 위치한다. 하지만 (종의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은 기저귀를 갈고 운전사 노릇을 해야 하는 고된 일과보다 가끔씩 찾아오는 절정의 순간들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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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uge,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가 아니라,
'차악'의 방법으로, 임기응변식 땜방으로 진화해 왔음을 웅변하는 책.
읽다보면,
참, 사는 거 별거 아니구나.
뭐 인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구나.
동물에서 고작 몇 발짝 앞에, 혹은 거의 같은 선 상에 있는 존재구나.
하는, 우습고도 회의적인 생각이 들게 하고 만다.

얼마 전에 주문한 '사람들은 왜 이상한 것을 믿는가'까지 읽고 나면,
인간에 대한 완전한 회의론자가 될 수 있을 법하다. ㅋ

+
주 내용보다 각주들이 더 재밌는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위의 두 인용은 섹스와 행복에 관한 파트 어딘가에 달려있던 각주 내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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