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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것들/영화

파주

걷자웃자 2009. 11. 28. 17:26

파주는 뭐랄까,
풀리지 않는 오해에 관한 영화였다.

"이 일을 왜 하세요?"라는 물음에,
"갚아야 될 게 많아서"라고 돌아오는 대답을 듣고 은모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중식이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언니를 일부러 죽인거라고, 그런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기라도 한걸까?
그래서, 결국엔 자신의 사랑이 언니를 죽인거라고, 그런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라도 한걸까?

이런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하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영화는, 답답했다.
쟤네가 서로 사랑을 하긴 하는건지, 혹 사랑하는 척 하는건 아닌지, 아님 그저 후끈 달아오른 욕망의 표현일 뿐인건지..
모호하다기 보다는, 뭔가... 표현이 덜 됐달까.
가슴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머리를 쓰게 만들던 영화.
미스테리 추리극도 아닌 주제에 말이다.
머 그게 제작진의 의도였다면, 그저 '그러셨군요'하고 더 할 말이 있어도 삼키는 수밖엔 없겠지만,
여기저기 벌어져 있는 빈틈을 내가 일일이 메꿔가며 힘겹게 따라가야 하는 영화는, 싫었다.

확실한게 없진 않았다.
중식이 진실을 숨긴 이유는 은모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 정도?
그러나 그마저, 좀 나이브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실세계에서 대부분의 오해는 남보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하는...
연인사이에서도.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말이다.
좀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애시당초 깊이 파보자, 했던 거였으면, 그런 지점까지는 건드려줬어야 맞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쩝.
날씨도 꾸물꾸물한거이,
을씨년스럽던 파주의 풍경이 자꾸 떠올라 왠지 황량한 주말이 될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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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서 무엇보다 마음에 안 들었던 건, 홍보 문구들.
'파란의 러브스토리'이라는 둥, '이 사람 사랑하면 안되'냐는 둥...
이 스토리에, 그런 문구가, 솔직히 가당키냐 하냔 말이다.
영화 블로그에 들어가 봤더니, 거긴 더 가관이다.
'19금 은밀한 다이어리'라는 둥, '금지된 욕망 놀이'라는 둥.
그게 대체 뭔...
'우린 있는 그대로의 영화를 보여줄 자신은 없어요'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는 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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