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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쓰고 있는 큰 방 벽이 너무 휑합니다.

이게 집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안난다는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 끝에 그림을 하나 걸기로 합니다. 그런데 평생 그림이라곤 사본 일이 없어 어디서 사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나마 눈에 띄는 것들은 괜찮네 싶으면 몇 백이 넘고... 검색과 좌절을 오가던 중에 '위키미디어 커먼스Wikimedia Commons'라는 사이트를 발견합니다.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나 영상, 음성 등 미디어파일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오늘(2020.5.25.) 자로 61,672,565개의 미디어 파일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니, 그 수가 어마어마 합니다.

이렇게 양이 많다 보니 대책없이 그냥 브라우징을 하긴 좀 어렵고 키워드 검색을 해야 하는데, 생각나는 키워드라고는 고흐, 렘브란트, 클림트......... 고터 지하상가에 가면 발로 채이는 그런 화가들 이름밖에 없습니다. 제 인생에 미술작품이 필요한 순간이 올 줄이야 알았나요 뭐. 그냥, 이번은 처음이니만큼 욕심내지 않고 쉬운 걸로 가보기로 합니다. Gogh를 검색합니다. 역시나 눈에 익은 작품들이 쭉... 보이는데, 곧 죽어도 별이 빛나는 밤에나 해바라기 같은 흔한 작품은 하기 싫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Il giardiniere'라는 작품이 보입니다. 영어로 하면 gardener, 정원사라는 작품입니다. 엇, 예쁩니다. 제가 원하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딱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보는 거 보면 그렇게 흔한 그림도 아닌 것 같습니다. ^^;; 게다가 해상도가 무려 8458 × 10320 픽셀의 고화질이니 인쇄하기도 괜찮아 보입니다.

Vincent Van Gogh, Il giardiniere

찍스에 찾아보니 대형 파인프린트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여러 옵션이 있는데, 유화의 느낌을 잘 살리려면 캔버스지 출력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유광과 무광이 있는데, 무광이 더 그림을 잘 살려줄 것 같았는데 유광에 비해 좀 더 차가운 톤으로 출력이 된다는 설명이 있어 그냥 유광을 택했습니다. 크기는 액자에 맞춰 선택했는데, 이케아 크노팽 액자 40*50cm 짜리가 저희 집 사이즈에 대강 맞을 것 같아 그에 맞는 크기로 주문했습니다. 

출력 결과물
디테일 컷 - 꽤 질감이 잘 살아 있는 듯?
이런 화통(?)에 배송이 옵니다. 배송 스티커 떼낸 자국이 지저분 합니다만, 위 아래로는 금속 뚜껑이 있고 꽤 견고합니다. 버리기 아깝네요.

이케아에서 주문한 액자가 오늘 도착했습니다. 벽에 구멍내기 싫어서 예전에 다이소에서 사다 놓은 꼭꼬핀을 사용해 걸려고 합니다. 이케아 홈페이지에 보니 액자 무게가 0.9kg 밖에 안된다니 꼭꼬핀도 충분할 듯 합니다. 그런데....

낭패닷 --;;

이케아 홈페이지에 액자 뒤쪽 사진은 없어서 설마.. 하며 주문했는데 이렇게 거는 부분이 납작하게 생겨서 꼭꼬핀의 걸이 부분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낭패입니다. --;; 그래서 궁리 끝에...

빵끈 고리

이렇게 빵끈으로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그림을 넣고, 벽에 겁니다.

괜찮나?
이거 웬지 영정사진 같기도...

어떻게 보면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세살박이 조카 그림 걸어놓은 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영정 사진 걸어놓은 거 같기도 하고... 친구들 놀러오면 웬지 놀림 당할 거 같기도 한데... 음... 뭐 괜찮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소파 색이랑도 잘 어울리고,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천장 스팟조명을 달아놨는데, 그림을 걸어놓으니 이제와 그 조명이 의미를 찾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쓸데없이 빈벽만 비추고 있었거든요. 예쁜 것 같습니다. 예뻐요. 예뻐야 합니다.

액자 가격은 배송비 포함 14,900원, 그림 출력은 10,500원이니 도합 24,500원이 들었습니다.

꽤 싸게 막았다 생각이 들어 그런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지, 어쨌거나 또 뭔가 하나 해냈다는 성취감인건지, 암튼 기분 좋습니다. 히히.다음엔 더 잘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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