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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블루택- 벽에 구멍 안뚫고 액자 걸기'라는 글을 포스팅 한 적 있습니다.
액자는 많이 걸고 싶은데, 걸 때 마다 벽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앙카를 박는 게 영... 내키지 않아서 여러 방법을 고민해 봤었는데요. 그 때 찾았던 방법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1) 꼭꼬핀 
   벽지와 벽 사이에 핀을 끼워넣는 방식. 어느 정도 고정력이 있지만, 벽지에 4개짜리 핀을 찔러 넣어야 하므로 벽지에 (작지만) 구멍이 4개나 나고, 무거운 걸 걸면 벽지가 찢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2) 3M 코맨드
   접착제가 발라져 있는 찍찍이를 벽에 붙이는 방식. 벽지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되어 있어서 시도도 안해봤습니다.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

3) 블루택
   이라는 찰흙같이 생긴 접착제인데, 벽지에 손상도 안생기고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길래 해봤습니다만, 오돌도돌한 벽지에는 역시 고정력이 세지가 않았습니다. 살짝 무게감 있는 보통 크기의 액자였는데, 한 달이 지나니 뚝 하고 저 혼자 떨어져 버리더군요.

액자틀에 하얗게 붙여놓은 것이 블루택 반죽. 이게 점성이 있어 벽에 붙여 놓으면 어느 정도는 버텨주지만  좀 무거운 물건은 뚝 떨어져 버립니다.

 

역시나, 답은 드릴인가... 하던 중, 이케아 액자 코너에서 요상하게 생긴 물건을 100원에 팔고 있길래, 냉큼 사와봤습니다.

사왔을 당시 사진이 없어 쓰다남은 걸 찍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핀(?)이 8개 들어있었어요.

사온 뒤로도, 도통 이걸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몰라서 한동안 서랍에 박아만 두었는데, 어느 날 불현듯, 깨달음이 번쩍 -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3개짜리 핀을 망치로 콩콩 박아 벽에 찔러 넣으면 고정이 되겠더군요. 벽에 구멍이 나긴 하겠지만 두꺼운 못이나 앙카가 아니고 기껏해야 바늘 정도 굵기니까... 만에 하나 실패하더라도 눈에 잘 띄지도 않을 거 같고요. (꼭꼬핀이 4개짜리 핀이니까, 꼭꼬핀보다 구멍이 덜 나는 셈입니다.)

그래서, 해봤습니다.

저 핀의 주둥이(?) 부분이 액자 뒷면의 걸개와 딱 맞아 떨어집니다
픽사 핀으로 걸어놓은 액자

오, 됩니다. 게다가 꼭꼬핀보다 훨씬 튼튼하고 액자 뒷면의 걸개(?)와도 딱 맞아 떨어집니다. 

100원에 8개 들이. 가격도 이보다 쌀 수 없으니, 많이 사다 쟁여놔야지, 하고 이케아에 또 가봤습니다만, 이건 무슨... 기간 한정 특별 상품이었나 봅니다. 액자 코너와 생활수납용품 코너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상품이 있더군요.

Fixa 픽사 액자고리세트 - ikea.com에서 퍼옴.

픽사 액자고리세트라는 건데, 제가 우연히 100원에 샀던 건 ①만 따로 떼어 팔던 기간 한정 특별 상품으로 추정됩니다. 이 세트에는 이 외에도 ②와 같이 액자 높이를 조정할 수 있는 고리도 있고, 얇은 콘크리트 못으로 더 튼튼하게 박을 수 있는 고리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무언가 답을 찾았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듭니다!!!!
하지만.....

현관 쪽에 신발주걱을 걸려고 이걸 또 박아봤습니다만, 위 사진과 같이 처참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앞의 액자를 걸었던 벽과 똑같이 콘크리트벽인데, 현관 벽이 더 단단한 건지 뭔지, 저 핀이 끝까지 들어가지를 않고 자꾸 옆으로 휘는 바람에 하나는 날려 먹고, 두번째는 저렇게 핀을 끝까지 안박고 손 안다치게 눕혀만 놨습니다.
이게 기술이 없어서 그런건지, 벽이 달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분명 액자 걸 때는 핀이 세 개 다 쉽게 들어갔는데 말이죠. 암튼, 핀이 휘지 않도록 망치질을 수직으로 조심조심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든 거저먹기란 없는 거 같아요. 

암튼, 어쨌거나, 이 픽사 액자고리가 여태까지 찾았던 방법들 중 가장 벽에 손상을 덜 입히면서 튼튼하게 무언가를 걸 수 있는 방법임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액자 좀 더 사다가 걸어보려구요. 그리고, 벽에 소품들을 주렁주렁 붙여놓을 수 있는 스코디스라는 페그보드가 있던데, 이것도 혹시 가능한지 도전해 볼 작정입니다.

이케아 스코디스 페그보드

 

이케아의 인테리어의 길은 끝이 없군요. 
이런 게 인생인가봐요.
액자 거는 간단한 일에서도 이렇게 인생을 배웁니다.
ㅋㅋㅋ

 

==================== 최근 상황 업데이트 ====================

위의 글은 10월 중순 쯤 작성을 해놓았는데, 사진 몇 장 찍어 같이 올린다는 게 게으름을 피우다 오늘 발행을 했습니다. 그 사이 아래와 같이 액자를 주렁주렁 사다 걸어놓았습니다. 드릴로 벽을 뚫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부담없이 액자를 여러 개 사다 걸 수 있겠더군요.

양 옆의 큰 액자 두개는 픽사 핀을, 가운데 작은 액자 두 개는 블루택을 사용했습니다. 네 개 모두 이케아 크노펭 액자인데, 가벼워서 작은 건 블루택만으로 충분히 붙일 수 있어요. 큰 것도... 블루택을 좀 많이 쓰면 가능할 듯도 한데, 픽사 핀 하나만으로 고정이 되니 그 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스코디스 페그보드도 사와서 걸었는데...

픽사 핀의 주둥이(?) 부분과 맞지를 않아서 이건 결국 드릴을 사용해 앙카를 박고 걸었습니다. 픽사 핀은 아무래도 액자용으로 특화되어 나온 것 같아요. 이케아에서(아님 다른 곳에서라도^^) 앞으로 이런 드릴 없이 벽에 걸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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