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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유혹

걷자웃자 2006. 5. 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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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픈 말, 첫 번째. 여행, 떠나시라. 우리나라, 작다. 지리적으로도 그렇지만 더 협소한 건 생각의 폭. 우리, 도시 국가다. 모두 같은 동네 사람들. 같은 옷 입고 같은 거 먹고 같은 곳에서 살고 같은 유행 따른다. 그러니 다르면 틀린 거고 틀리면 자기만 따 될까 싶어 다들 눈치 보며 산다. 씨족사회. 떠나시라. 세상 넓다. 다른 거 많다. 다른 거 겪어들 보시라. 겪어보면 알게 된다. 다 다른 게 정상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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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집 나가시라. 한 푼이라도 자기 힘으로 벌 수 있다면, 코딱지만 한 공간이라도 등 댈 수 있다면, 바로바로 집 나가셔들. 어른이 뭔가. 제 몫 제가 감당하는 자다. 사는 거 매 순간 불확실한 선택이다. 그 선택 스스로 하고 그에 따르는 리스크 기꺼이 감당하는 자가 어른이다. 그런데 선택엔 항상 비용이 따른다. 선택이 원래 그런 거다. 선택이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다. 그런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고민은 바로 그 비용을 어떻게 하면 지불하지 않을까 하는 데서 비롯된다. 가능하면 공짜로 가고 싶은 거다. 우리나라에선 이 비용의 마지노, 부모가 평생 대신 감당한다. 그래서 결혼하고도 어른 못 된 자, 우리나라엔 수두룩하다. 평생 누군가의 자식이기만 하다. 그거 효도 아니다. 그거 삶 자체를 부모에게 위탁하고 평생 징징거리며 사는 기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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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2006.05.26, [세설] 10대들에게 단체리플함/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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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를 나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매서운 바람이 불던 겨울 날 나는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 베란다에서 자전거를 꺼냈다. 나는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싶지 않았고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만약 여행을 떠나야 여행자가 된다면 진정한 여행자는 아니다. 여행을 떠나면 사회와 가족의 복잡한 관계에 얽혀 있는 현실에서 멀어지게 돼서 저절로 생활이 간결해지는 면이 있다. 그랬다가 여행을 다녀오면 다시 그 다층적 다면적 관계들의 포충망에 걸려들고 만다. 물론 기분전환은 됐겠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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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2006.05.26, [홍은택의서울자전거여행] 그래, 일상을 여행하자

 

 

이런 류의 글들을, 난 이제 '유혹'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것들이 실제로 유혹인지,

아니면,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내 삶을 탈출시켜 줄 구세주인지 알 길은 없으나,

 

내겐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 방배동 집이 대강 정리가 되면, 나도 다시 집을 나가 어엿한 독립생활을 시작할 것이며,
몇 년 간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고 기반이 될만한 돈을 모을 것이며,
그 몇 년 동안을 그저 일에만 충실하지는 않을 작정이며,

무엇보다 난 이미 그 계획을 조금씩 실행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B형인 내게도,(여기서 B형이 왜나오냐? --;; )
주위에서 뭐라 떠들건 마음 먹은 일을 묵묵히 밀고 나가야 할 때가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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