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저께에는, 군대에 있는 후배를 면회하러 원주에 다녀왔다.
그냥, 면회였지만, 얼마전 여자친구로부터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은 이 친구의 심정이 어떤가 궁금하기도 하고, 되지도 않는 위로나 한 번 해봐야겠다해서 작정해 떠난 길이기도 했다. 나누었던 여러 말들 중 한 마디.
나: "왜 그렇게 연애에 목숨을 거냐?"
군인후배: "그러지 않으려면 뭐하러 연애를 하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렇지. 연애라함은, 사람 사이의 사랑이라 함은,
그것을 위해서라면 이전의 내 존재쯤이야 아깝지 않게 내던질 수 있는, 아니, 그것이 오히려 큰 기쁨이 되는,
과정이자 결과라던데,
난 그저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가볍고 쉽게 남의 연애담이나 캐보자는 심산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다음 날에는 '너는 내 운명'을 봤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는, '에이즈에 걸린 창녀'를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너무나 통속적이고 상업적이라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렸지만, - 물론 이 친구도 영화 후반부 내내,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아니 훨씬 더 많이 울었다 - 난 외려 어줍지 않게 사회적 편견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따지고 들었다면, 영화는 훨씬 더 진부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가 그녀를 '왜' 사랑하는지, 에이즈와 창녀라는 사회적, 심리적 장벽이 그들의 사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일일이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떠난 부두에 앉아 '은하야...'라고 넋놓아 부를 뿐이다. 앞도 뒤도 없이 농약이 들어 있는 사발을 들이켜 자신의 부질없는 몸뚱아리를 깎아내릴 뿐이다. 감옥이고 면회소고 따지지 않고 어떻게든 통로를 만들어 손한번 잡아볼 뿐이다. 왜냐하면,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그 상태를 딱히 뭐라 설명할 수 있는 자는, 여태 없었기 때문이다. '빗장이 질러진 당신의 갈비뼈를 문처럼 열어젖히고 들어가서 그 속에 몸을 접고 웅크려 있기를 원하는' 파괴적이기까지한 심리상태를, 달리 뭐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린 모두 그것이 실재하고 있음을 몸으로 알기 때문에, 운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환상이 아니라 실재하지만, 그 원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는 '불치병'이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가슴아파하는 후배에게 '뭐 어쩔 수 있냐. 잊어라'는 따위의,
거만한 충고를 내던졌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난 아무래도,
불치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약을 과다 복용해 부작용에 시달리는,
훨씬 더 중증의 환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벽손상없이액자걸기
- 김치칸
- 시드니
- 이케아
- 벽에구멍안뚫고액자걸기
- WestWing
- 모던러브
- 아빠의아빠가되었다
- 호브스타
- DolbyAtmos
- 인간
- 공간음향
- 일본
- 뉴욕
- 고내횟집
- 현대화폐이론
- 땅끝
- 호주
- 뮈스크마드라
- 김형경
- 그레이아나토미
- 노희경
- 브리즈번
- Grey'sAnatomy
- 보길도
- 균형재정론은틀렸다
- 미국
- 이케아Fixa액자고리
- PickMeChooseMeLoveMe
- 애월횟집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