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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친구들과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지금부터 7월 정도까지가 한치가 많이 잡히는 제철이라지요. 어둑해진 애월 해안도로를 달릴 때, 한껏 불을 밝히고 바다를 수놓고 있던 한치잡이배들의 장관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잡아주시는데, 그냥 갈 수 있나요. 한치 먹고 가야죠. 제주도 물회는 육지랑은 좀 다르다해서 한치물회에 도전해 봤습니다.

제주 현지인 맛집으로 소문난 애월 '고내횟집'에 갔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직접 어선 선장님이라시네요. 그 비싸다는 다금바리와 옥돔 등 메뉴가 몇가지 있었는데, 저희는 저녁에 가서 그런지 방어와 한치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나마 한치는 저희가 마지막이었어요. 요새 한치를 먹으려면 미리 남아 있는지 연락해보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게 한치물회에요. 제주도에서 먹는 물회는 된장 베이스라 하더군요. 초고추장으로 새콤달콤하게 만든 다른 지역의 물회와는 다른 맛이었어요. 덜 달고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이랄까. 찬 된장이 어떨지, 사실 내심 불안했지만, 예상외로 맛있더만요. 저 입맛이 약간 보수적이고 초딩입맛인데, 그래서 각 지방 향토음식 맛보러 다니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물회는 맛있었어요. 

된장이 섞여 있어 그런지, 밥 말아 먹는 것도 꿀맛이었어요. 초고추장 물회엔 소면이라면, 된장베이스 물회엔 밥이더군요. 이상할 거 같다구요? 함 잡솨봐요.

저 방어는 웬지 흐물흐물하고 별 맛이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고내횟집에서 먹는 방어는 달랐어요. 좀 더 쫄깃하고 진한 맛이랄까. 기분 탓이었는지 모르겠지만요. 

반찬 역시 다 괜찮았어요. 어떤 횟집들은 스끼다시 가짓수만 늘리려고 먹지도 못할 반찬들을 잔뜩 내오는 데가 있는데, 여긴 하나같이 간도 딱 맞고 회랑 같이 먹기 좋은 것들만 간결하게 차려주셨습니다. 막 부쳐 내온 파전은 그 중 백미.

뭐 훌륭한 테라스석은 아닐지언정, 이렇게 야외에 앉아 먹을 수도 있어요. 회한점에 술한잔, 신선놀음 하는 중에 이렇게 예쁜 핑크색 노을이 집니다. 

길가라 오가는 차들이 좀 신경이 쓰일 수 있지만, 길너머가 바로 바다랍니다. 오가는 차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충분한 이유가 있어요. 

가격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방문하실 분들은 미리 전화해서, 먹고 싶은 회가 남아 있는지 꼭 물어보고 가시길.
전화번호는 064-799-6888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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