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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하고 창조해야 하는 업무를 가진 사람이 되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생활과, 나아가서는 삶에 대해 내가 가진 통제권이라고는 지렁이 눈꼽만큼도 안되는 것 같다.
자기통제권 쟁취하기!
아무래도 이 말이 올해 내 키워드가 되어야 할듯.
아래의 정혜신의 글을 읽고, 너무나 깊이 공감이 되서 눈물이 날뻔했다. ㅜㅜ
자기통제권
참여정부 초기를 회상하는 한 비서관은 당시 긴박한 사회적 현안을 담당했던 청와대 참모들 대부분이 ‘밤새 끙끙 앓다가 아침이 되면 약을 먹고 출근할 정도’였다고 말한다. 실제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였던 한 수석비서관은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과 간기능 약화에 시달렸고 치아손상이 너무 심해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별히 병약한 사람들만 선발했을 까닭이 없고 보면 결국 이런 사례의 반복은 한 나라의 심장부에서 일하고 있는 핵심참모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엄청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사람들은 핵심권력에 진입한 이들이 ‘건강상의 이유’를 거론할 때 그만한 스트레스를 상쇄할만큼의 반대급부적인 이득이 있을 것이라며 사치스런 투정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들의 스트레스가 젊은 사람의 육체를 단기간에 무너뜨릴 만큼 파괴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살인적인 스트레스 강도면에서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빼놓을 순 없다. 하지만 임기 중 대통령이 스트레스 때문에 육체적인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통령이 참모들에 비해 사명감이나 애국심이 훨씬 더 높아서일까. 아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내적인 시계를 온전히 장악할 수 있는 자기통제권을 가지고 살지만 참모들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악관 집무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미국의 드라마 〈웨스트윙〉에는 대통령의 수행비서 일을 시작한 2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 몇 개월 만에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들도 대개 수행비서는 젊은 사람들로 두는데 5~6개월에 한번씩 교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자기통제권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참모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사소한 일에도 리더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상정해야 한다. 최측근 참모일수록 더 그렇다. 그러니 동일한 상황에서도 자기통제권을 가진 리더에 비해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훨씬 많은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그런 현상을 ‘우리 회장님의 놀라운 건강 체질과 강철 같은 의지’ 따위로 해석하는 일은 어리석다. 아무 언질도 없이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대기를 강요받는 자가용 운전기사 중에서 만성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가 많은 것도 자기통제권 상실이 결정적 이유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한 이들은 이른바 ‘낮은 수준의 생각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진짜로 중요하게 할 일은 은근히 외면한 채 책상, 서랍 정리에 집중한다거나 고지서 납부를 꼼꼼하게 챙긴다거나 불필요한 서류 정리를 반복하는 것과 같은 사소하고 단순한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결국 낮은 수준의 생각이란 자기통제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그것을 처리하는 자동적인 방식이다. 그런 이유로 조직의 리더는 자신을 대리하는 핵심 참모들의 자기통제권을 죽을둥 살둥 배려해야 한다. 그래봐야 참모들로서는 겨우 숨을 쉴 만한 수준 정도일 것이다.
직업과 평균수명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가장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직업적 자기통제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지휘자가 자신의 차를 운전하는 운전기사의 자기통제권에 대해 고민해보는 일은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일까. 거칠고 무례한 의문일 수도 있지만, 건강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을 보면서 뜬금없는 직업병이 발동한 한 정신과 의사의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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