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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2003.06.28.토)
임실에서 진안까지 34km 표지판 보고 중간에서 그만 걸어야지 하고 출발했는데, 어찌 하다보니 진안에 와있다. 물론 34km를 액면 그대로 걸은 건 아니고 중간에 가로지르는 길이 있어 5km 정도를 절약하긴 했다. 그렇지만, 임실에서 우체국 왔다갔다 하고 이 민박촌까지 걸어들어온 걸 합하면 32km 정도는 걸은 것 같다. 장하다.
덕분에, 무슨 짓을 해도 다리가 잘 안풀린다. 다음주 토요일까지 문경에 가서 ** 일당을 맞으려면 내일도 부지런히 걸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오늘 민박집에서 돈을 약간 절약했으니 내일은 아침에 몸보신 차원에서 맛난 것좀 사먹어야 겠다.
오늘부터는 길가다 마주치는 사람(아저씨, 아줌마들)에게 그냥 인사를 시작했다. 어제까지는 맞은 편에서 걸어오면서 신기하다는듯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냥 눈길 피하면서 지나쳤는데, 오늘은 거기에 안녕하세요, 다섯글자와 약간의 미소를 첨가했을 뿐인데 다들 넘 반가워하시고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농촌에 젊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젊은 사람하고 얘기하는 것, 참 즐거우시단다. 나도 즐겁고 힘난다. 저녁 때쯤 되서는 너무 긴 길을 걸었던 탓에, 피곤에 지쳐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긴 했지만, 암튼 오늘의 태도변화는 참 좋았던 것 같다.
버릇처럼, 성격처럼 가지고 있는 내 냉소와 비관이 하루 아침에 걷히랴마는, 태도가 바뀌면 버릇도, 성격도 눈녹듯 녹아내릴 날이 있을 것을 믿는다.
[진안, 마이산]
위의 사진과 같이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마이산의 두 봉우리는
말귀와 같이 생겼다 하여 산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봉우리의 모양에 대한 또다른 전설이 진안군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데 아래와 같다.
아득한 옛날 남녀 두 신선이 이곳에서 자식을 낳고 살았다 하는데,
등천할 때에 이르러 남신이 이르기를 "우리가 등천하는 모습을 아무도 봐서는 안되니 밤에 떠납시다"하였으나
여신은 밤에 떠나는것은 무서우니 새벽에 떠나자고 했다 한다.
그러나, 새벽에 떠날 즈음 마침 새벽 일찍 물길러 나왔던 동네 아낙이
등천하는 두 신선을 보고 놀라 소리치는것을 듣고
등천이 틀린것을 안 남신이 화가나서 '여편네 말을 듣다 이꼴이 되었구나'하고
여신으로 부터 두 자식을 빼앗고서 발로 차 버리고는 그자리에서 바위산을 이루고 주저 앉았다 한다.
듣고보니 봉우리 모양이 아이 둘을 끼고 있는 남자와 발로 차여 휘청거리는듯한 여자의 형상을 한 것 같기는 하다.
근데, 도대체 이 설화는 대체 어떤 시대상을 반영하는 얘기일까?
나도 운전 중에 툭툭 내뱉곤 하는 '하여간 아줌마들은 안돼' 식의 여편네 비하 메세지를 담고 있는 건가,
아니면 하루쯤 기다렸다 떠나도 될 것을 쉽사리 흥분하여 여편네를 발로 차고 그자리에 눌러 앉아버린
남편네의 폭력과 아집을 꼬집는 우화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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