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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2003.06.27.금)
아침에 비오는 소리를 핑계삼아 11시까지 자다. 어제 저녁만해도 다리가 너무 아파서 비핑계 삼아 하루 쉬려고 그랬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다리가 또 멀쩡했다. 강진까지 히치로 가서 짜장면으로 점심.
우산쓰다가, 비옷입다가 벗다가, 우산 다시 쓰다가 벗다가... 갖은 오도방정을 떨며 모래지를 넘다. 적당히 비가오니 외려 더 상쾌하다. 아, 임실 여관에 내일 서울로 올려보낼 짐을 좀 내려놓고 걸었더니 훨씬 더 가볍고 좋아서 그랬는지도. 암튼 오늘은 약간 더 상쾌한 기분으로 19km 정도를 걸었다.
'좋은 생각하고 있냐'는 **누나의 메세지. '나쁜 생각은 안한다'는 나의 회신. 너무 생각없이 걷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30일동안 걷고 난는게 다리근육과 성취감뿐이라면... 것도 머 작은건 아니지만... 암튼, 좀 더.... 좀.... 더.... 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생전 처음 해보는 장기 도보여행에 미리 이러이러한 것을 남겨가자고 예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부끄럽다. 3-4일동안 그저 걷기만 했지 뭐 한 것이 없다. 왜 도보여행하니? 물어보면,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다. 사람을 만나야 할 일이다. 아무나 붙잡고 얘기를 하라는 **씨의 전화. 여태까지 걸어오면서, 붙들고 얘기를 할 누가 있었나? 중국집 아줌마? 구멍가게 아줌마? 여관직원? 히치해준 아저씨?.... 많았네 그려. ^^;; 근데, 억지 춘향은 싫다. 맘이 시키면... 해야겠다는 생각이 생기면.... 이런 생각 하다보니, 왜 아주 오래전 몇 번 부딪쳐 보았던 오래된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드는건.... 왤까?
......
알 수 없는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낼부터는 가급적 여관에서 자는 거 삼가자. 너무 편히 여행을 하니 이런 잡생각만 하게 되는 것 같다. 내일은 진안까지다. 서두르지 말고, 가다 못가면 어디 큰 읍내 나갈 생각하지 말고 거기서 숙소를 구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cfs3.tistory.com/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YmxvZzQ1NDU0QGZzMy50aXN0b3J5LmNvbTovYXR0YWNoLzEvMTAzLmpwZw==&filename=cfile1.uf@21713B4058801B0A21918A.jpg)
[모래재 정상에서 내려다 본 마을]
고개 넘을 때는 기분이 참 좋다.
올라갈 때는 씩씩거리며 걷다보면 다리 아픈 것도 다 잊게 되어 좋고
정상에서 오른 길을 내려다 보는 맛도 그만이다.
오히려 힘든 건 내려갈 때다. 몸이 풀어져서 다리도 아프고, 배낭도 배는 무거워진다.
아래는 내일 서울로 보낼 한비야씨의 책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에서 인용.
"인생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자기가 바른 길로 들어섰다는 확신만 있다면, 남들이 뛰어가든 날아가든 자신이 택한 길을 따라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나이에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시작한 일을 끝까지 꾸준히 했느냐인 것이다.
.... 중략 ....
(아래는 한비야씨가 인용한 미국의 사무엘 울만이라는 '청춘'이라는 시)
6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 속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있는 '무선 우체국'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하느님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격려, 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
그대는 젊다.
영감이 끊기고, 영혼이 비난의 눈으로 덮이며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20대라도 인간은 늙지만,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
청춘, 청춘을 값있게 살자
청춘, 청춘을 빛나게 살자
한 생에 다시없는(오오오오~)
황금의 시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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