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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2003.06.24.화)


도보여행 첫날.
12시 55분 광주행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망월동에서 시작.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XX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7월1일부터 출근하란다. 여행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황당해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있냐는 반응이다. 일찍 좀 연락 줄 것이지, 하필 여행 출발하는 버스 안에 있을 때 전화를 줄게 뭐람. -.-;;
그래, 나 미쳤다 미쳤어.


원래 전화오면 그렇게 말하려고 했었는데, 왜이리 맘이 불안한지 모르겠다.
'그래, 시원하게 잘 선택한거야. 니 인생 기껏해야 40년 남짓 남았다구. 훨씬 더 짧을 수도 있고. 작은 것에 연연해하지 말자구. 넌 훨씬 좋고 올바른 일에 쓰여지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크게보면, 대견해할만한 대장정을 떠난거라구. 대장정을 떠난 이 답게, 통크게, 여유있게, 용감하게. 넌 할 수 있을거야.'
이런 식의 자기 최면을 되뇌이며 한 시간여를 보내고 났는데도, 괜히 객기부린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은 떨쳐낼 수가 없다. 그냥 몇 일만 돌아다니다 올라가서 출근할까?


휴게소다. 여전히 불안한 맘에 들른 화장실. 내 변기 앞에 붙어 있는 말.
" 옳지 못한 신념에 복종하는 것은 인간을 불행에 빠뜨리는 최악의 선택이다"
그래 맞아. 맞구말구. ^^;;


.......


5시쯤 광주터미널에 도착. 망월동 묘역에 5시 40분쯤 도착해서 40분가량 참배를 드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망월동 구묘역]


올 때마다 그분들 묘지를 보면, 참 외롭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외롭지 않게 느껴지게 하는 것은 산자들의 몫이다. 한 달간의 여행에, 좋은 것들 많이 느끼고 좋은 결론 내리고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기억하자.


6시 20분부터... 광주 시내에서 묵어갈까 고민하다 일단 걷기 시작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날은 저물고, 비까지 흩날려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광주-담양간 도로는 새로 4차선이 뚫려 화물차들이 고속 질주하는 위험한 길이 되었다. 밤에 걷는 것은 하지 말아야 겠다. 9시쯤, 담양을 약 5km 남겨두고 맘씨 좋은 아주머니를 만나 히치로 담양까지 와서 숙소를 잡았다. 낼 아침에 다시 버스타고 돌아가 그 지점부터 다시 걸어야지. 첫날부터 고생을 했으나, 까불지말고 겸손하게 안전한 길을 택하라는 호된 교훈을 얻었다.


계획에 의하면 30km이상을 걸어야 하는 날도 있는데 10km 걷고 벌써 종아리가 뻐근하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컨디션 조절 잘 하고, 책 빨리 읽어서 서울로 보내자. 가볍게 다녀야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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