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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수영

걷자웃자 2005. 10. 24. 20:21

새로운 영법을 배울 때 항상 느끼는 어려움은, 도무지 다음 동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락스탄 물이 귀로 코로 들이쳐 콧물이 줄줄 흐르고 숨이 막혀와도, 어떻게든 고개를 쳐들고 발버둥을 치며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지,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잠시 허우적 대기를 멈춰 선 다음, 강사가 보여주었던 능수능란한 동작을 머리 속에 떠올린 후에 물에 몸을 띄워봐도,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속도 그 자체가 그 막막함을 해결해 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면 물을 먹든 같은 반 회원들의 웃음거리가 되든, 몸이 물을 타고 앞으로 가게 된다. 반복하여 그런 우스꽝스런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몸은 추진력을 얻고 그러다 보면 그 추진력에 기대어 하나하나 좀 더 효율적인 동작으로 내 몸짓을 바꾸어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강사의 조언까지 더해지고 수차례 이러하기를 반복하면, 어느새 난 그 영법을 몸으로 익힐 수 있게 된다. 편안해진다.

 

요새는 접영을 배우고 있다. 늘 새로운 영법을 배우는 일이 위와 같지만, 접영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좀 더 심한 것 같다. 가장 어려운 영법이니 당연하다는 주위의 조언도 별로 위안이 되질 않는다. 그저께 어렸을 적부터 수영을 배워 능수능란한 후배를 만나 접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웨이브를 이용해 물을 잘 타야해요." 따위의 들으나마나한 말들 뿐이다. 몸으로 익혀 알고 있는 것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일게다.

 

몸이 익혀 알게 하기 위해서는 잘 안되도 물에 몸을 띄우는 수밖에 없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 발버둥을 쳐보는 수밖에 없다.

 

삶이 맘먹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며 은근한 불평을 가지고 있었는데, 살빼기 위해 시작했을뿐인 수영따위의 일에서도 이렇게 가르침을 얻는다. 발버둥쳐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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