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동, 상주를 거쳐 연봉리까지

열한번째날(2003.07.04.금)

(3일엔 학준이네 집에서 느즈막히 나와 모서까지 걸었음. 모동으로 돌아와 민박 후 4일, 상주를 거쳐 함창읍 들어가기 전 연봉리까지 도보)

- 어젠 학준이네 집에서, 과음의 여파로 너무 늦게 일어나서 아점을 먹고 12시 반이 되서야 대구에서 출발. 술... 술... 술이 문제다. 유흥여행인지, 도보여행인지... 쩝. 토요일까지 문경읍에 들어가야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지런히 걷자.

- 3일의 코스 : 황간에서 49번 지방도를 따라 4시간 쯤 걸어 모서면까지 갔다가 히치로 5km 정도 후퇴하여 모동면에 숙소를 잡았다. 황간에서 모서로 넘어오는 49번 지방도는 너무 너무 호젓한 산길이다. 차도 거의 없고 고갯길이 참 예쁘다. 비온 뒤라 구름 흘러가는 게 다 보이고 너무 상쾌했다. 길이 상쾌해서 그랬는지 2일날 먹은 소갈비 덕분인지 하나도 안힘들고 몇 시간은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만 있고. 비만 안왔어도 한 10km는 더 걷는 건데... 쩝.

 

[황간에서 모서면으로 넘어가는 49번 지방도 고갯길에서 바라본 산등성이]

- 4일 : 시간에 쫓겨 걷고 또 걸었다. 화서에서 49번 지방도를 타고 낙서까지. 낙서에서 25번 국도를 타고 상주까지. 상주에서 3번국도를 타고 연봉리까지. 강행군이었다. 막판 3번 국도는 새 4차선 도로가 생기고 옛도로는 꼬불꼬불 나타났다 사라졌다 해서 죽는 줄 알았다. 비는 오지, 해는 저물었지, 옛도로에는 히치할 차도 안다니지... 많이 불안하니 힘도 잘 안나고 해서... 원래는 문경시까지 걸어볼 생각이었는데 그만두고 함창으로 버스타고 왔다.
시간에 쫓겨 뭔가 하는 거... 이렇게 몸만 피곤하고 남는 것도 없다. 뭘하든 여유있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하는 게 좋다. 여유를 가지자.
(새로운 도로가 뚫려 있거나, 뚫리고 있는 길은 도보여행 시 특히 주의하시길. 새로 뚫리는 도로는 보통 걷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차도만 넓게 뚫려 있어 화물차들이 고속질주하는 위험한 길이기 십상이다. 첫날의 광주-담양간 국도가 그랬고, 임실읍 끝나는 부분부터 진안으로 가는 30번 국도로 꺾어지기 전까지 약 1.5km 정도의 구간, 상주에서 함창으로 가는 길, 문경 시에서 문경읍으로 가는 길 등 그런 위험한 구간이 많았다. 이런 길을 걸을 때, 간혹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옛길로 가는게 훨씬 한적하고 안전하지만, 중간중간 길이 끊겨 있어 한참을 되돌아와야 할 때가 많았다. 이 외에도 여러구간이 공사 중이었는데, 이런 곤란함을 더 겪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도보여행을 떠나심이 좋을듯... ^^;;)

 

[아스팔트 길가에 핀 토끼풀들]

- 내일도 강행군이다. 허나, 설레일 수 있는 생각이 더 많아지길 기도하자.